티스토리 뷰
*아스가 세르피스를 죽인 이후의 시점입니다.
정말 안 어울리는 구나.
엘은 생각했다. 눈부신 햇빛이 슬금슬금 들어오는 숲에서 아스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뛰놀고 있었다. 세르피스가 죽은 게 불과 며칠 전 이였다. 엘은 자꾸만 그 장면이 오버랩 되어, 머릿속이 어질어질했다. '마족의 본능'인 건가. 밝게 웃는 아스를 보며 엘의 심경은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주군!"
데르온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아스가 넘어졌구나.
"조심하세요."
"괜찮아. 부하."
안절부절한 데르온의 목소리에 아스가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들어가시죠."
"조금만 더 놀다가 들어갈래."
"주군께선 아직 성체가 아니셔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카류안이 주군을 찾으려 하고있..."
"조금만 더..."
엘은 창가에 팔을 괴고 둘을 바라봤다. 아스의 검은 머리칼을 보니 자꾸만 세르피스의 마지막이 눈에 아른거렸다.
친구... 그래, 둘은 첫 만남 때도 함께 있었다. 마족은 모두 북공작에게 길러진다니까. 많이 친했을거야. 내가 짐작도 못할 많은 시간을 함께했겠지. 그런데도 그녀가 죽는 걸 그냥 지켜봤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엘은 머릿속에 그려지는 연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친구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금세 표정을 풀었다. 그의 물빛 눈에 데르온의 표정이 비춰졌다.
"주군, 머리에... 지푸라기가 붙었네요."
그의 미소는
그의 눈빛은
사랑이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엘조차 그런 얼굴을 지을 수 없었을거다. 그건 분명했다. 그건 그가 아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단숨에 보여주는 단위였다.
아. 그렇구나. 데르온은 아스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엘이 중얼거렸다.
